해태 유니폼의 추억

지금은 경기도서 살지만 전 고등학교까지 광주에서 살았습니다.
더군다나 부모님이 하는 가계가 집 앞에 있다는 이유로 근 20년간 한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죠.
덕분에 고등학교를 힘들게 다녔지만(집에서 멀었음) 그래도 제가 우리 동네를 사랑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해태라는 야구팀과 무등야구장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가 야구장과 아마 제일 가까울꺼에요. ^^;

제 어렸을 적 추억의 대부분은 야구였습니다.
우리 동네 친구들 모두 놀면서 하는 얘기는 대부분 야구 얘기였고,
또 하는 놀이 역시 대부분 야구였습니다.
나중에 커서 알게 되었는데.. 다른 동네 얘들은 딱지며 고무줄 놀이며(?) 이렇게 놀았다는데..
어찌된건지 우리 동네 친구들은 그런거에 흥미가 없었더랬죠 ^^;
항상 낮에 가로수 밑에 모여서 어제의 해태경기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조금 햇볓이 약해졌다 싶으면 슬슬 장비를 챙겨 야구를 하러 갔습니다.
공은 테니스 공이였고 홈플레이트는 책가방이였죠. (각 루 플레이트는 신발주머니)
변화구도 없고 포볼도 없는 막장 경기였지만,
당시에 나름 진지했던 친구들이 기억이 납니다.
동네에 꼬마얘들이 많아서 야구 선수 외에 감독까지 있었을 정도였지요.

당시 방목을 하셨던 엄마가 어찌된건지 야구장 가는 것만은 잘 허락을 해주시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해태경기가 있는 날이면 항상 친구들과 야구장을 배회하곤 했습니다.
그 많은 인파와 흥분된 분위기가 어렸지만 너무 설레였던 것 같네요.
7회가 끝나고 안전요원이 빠지는 순간 야구장에 들어가곤 했었는데..
그렇게 들어가서 역전을 하거나 연장전에 들어가게 되는 날이면,
너무 기분이 좋았더랬죠..

야구모자를 사고 졸라서 어린이 야구단에 들어가고,
주말에 해주는 야구중계에 기를 쓰고 응원을 하던 어린 시절..
생각해보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야구에 푹 빠졌었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그렇게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찾아해매던 꼬마시절의 제 모습은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난답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선동렬하면 삼성 감독으로 밖에 기억하지 못할 것 같네요.
하지만 어린 시절 저희 동네에서 선동렬은 우상 그 자체였답니다.
야구게임할때 항상 투수보는 친구는 자기가 선동렬이라고 우겼고..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볼을 던질때마다 선동렬은 스트라이크만 던진다고 놀려댔죠~

야구장에서 선발투수에 선동렬 이름이 나오면 관중석에서는 별의별 우스갯 소리가 다 나왔었죠.
볼 필요 없으니 그냥 집에 가자는 얘기부터,
괜시리 선동렬 욕하는 (일방적인 경기가 되다보니) 해태팬들도 많았었죠.

저 역시 야구장에서 살다시피 했었는데.. 선동렬이 진 경기를 한번도 본적이 없네요.
나중에는 선동렬을 마무리로 돌린 적이 있는데..
무사 만루에 나와서도 깔끔하게 처리하는 선동렬을 보면서
전 선동렬이 아마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상상도 했답니다.






이종범 역시 해태팬들에게는 보석같은 존재였습니다.
이종범이 처음에 어떻게 데뷔하게 됐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하지만 데뷔 일년차인 이종범을 해태팬들은 무진장 응원했던 것 같습니다.
싹이 보였다고 할까?
다른 팀 팬들은 공공의 적이였겠지만, 해태팬들에게 이종범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수였죠.

이종범이 나가게 되면 우리들은 신나는 수다를 터트렸던 것 같습니다.
상대팀 투수가 견제구라도 던지면 신나게 야유를 퍼붓었고 도루를 하면 낄낄댔던 것 같습니다.
아마 안타수/2가 도루 갯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루를 많이 했었는데,
야구장에서 느끼는 그 재미는 요새 친구들은 느끼기 힘들것 같네요. (70~80개 도루하는 선수가 없죠 -_-)
또 홈런도 많이 치고, 안타도 많이 치고, 수비도 잘하고...
세상에 이런 사랑스런 선수가 과연 또 있을까요?
모두들 이종범을 목터져라 외쳐댔던 그때가 정말 그립습니다.





이순철, 김봉연, 김성환, 장채근, 한대화 선수(위 순서대로) 역시 너무 기억에 납니다.
이순철 선수 역시 도루왕이였었죠. 아마~
이좀범과 새대교체되는 시기에 겹쳐 빛이 바랬었지만
이종범이 나오기 전에 최고의 도루왕이였습니다.

김봉연 선수는 사실 그닥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전성기가 시절이 제가 너무 어릴적이라서.. ^^;
하지만 아마 부동의 4번타자라는 얘기를 들었답니다.

김성환 선수는 확실히 기억이 납니다.
오리궁뎅이가 트레이드 마크였었죠.
4번타자스러운 덩치는 아니지만 장타도 많이 치고 홈런도 많이 쳤더랬죠.

장채근 선수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랍니다.
동글동글한 귀여운 인상에..
당시 야구만화를 보면 항상 포수는 장채근처럼 생겼더랬죠.
아마 당시 포수중 가장 야구만화 포수 캐릭터에 근사했었죠.
타석에 서면 삼진도 많이 당하고 홈런도 많이쳤던 장채근..
어느 순간 포수가 바뀌어 버렸는데.. 왜 장채근이 사라진건지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한대화 선수 역시 해태의 부동의 5번타자 였습니다.
김성환 한대화 콤비는 정말 상대팀에게 두려운 존재 였을 것입니다.





해태가 기아로 이름이 바뀐 후부터 전 국내야구를 보지 않습니다.
머 다른 이유보다 시간을 내는 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리고 사실 그닥 흥미있지도 않구요.
아마 해태가 저 공포의 빨간 유니폼을 입고 지금까지 버틴다면 또 달랐을 테지만..

현재 전 애타게 저 빨간 해태 유니폼을 찾고 있답니다.
스포츠 저지가 촌스럽다는 것은 알지만 저 유니폼만은 제게 너무 애착이 갑니다.
옥션도 가보고 다른 커뮤니티도 둘러보았지만 저 유니폼을 구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아마 저 옷을 입지 않고 보고만 있어도 가슴 한쪽이 시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제 소년시절을 행복하게 물들여준 당시의 해태선수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by 구라마왕 | 2007/10/25 16:30 | 기타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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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해태 at 2008/02/25 12:51
잘보고 갑니다..
혹시 아직 해태유니폼 못구하셨다면 여기로...
http://www.baseball114.com/item_detail.php?item_id=1136450065
해태모자 찾다가 우연히..^^
Commented by 해태원년팬 at 2008/07/09 16:30
인터넷 뒤져보니까 옛날 해태 유니폼 파는곳 많아요...ㅎ
함 찾아보세요..^^
기아에서 내년엔 유니폼 데이 한다고 하네요..^^
Commented by 해태팬 at 2008/11/11 15:24
저 청소년 시기, 대학 시기에도 해태가 함께 했습니다.
저도..해태 없어지고, 국내 야구 안봅니다.ㅠㅠ
Commented by 김성한 at 2009/07/15 15:12
오타나신 듯 싶네요 ^^ 오리궁둥이 김성한 선수(?) 이제는 감독님이라고 불러야되나요?ㅎ
특이한 타격폼 때문에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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